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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대신 닭

왜 그럴까? 2022. 12. 18. 21:55

2022년 12월 18일
충청 전라 서해안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혹시 나가 역시나다.
입산 가능한가요?
대설주의보라 입산통제 중입니다.
월출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직원과 아침 통화내용이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간단히 배낭을 챙기고 집에서부터 걷는다. 거실 차창밖으로 보이는 두억봉의 풍경은 살벌하다. 눈구름이 덮었다 벗어졌다를 반복하면서 눈발을 날린다.

영암군과 해남군의 경계 산맥이다. 일명 흑석 지맥 구간이기도 하다. 일차 목표는 두억봉을 오르는 것이다.

두억봉 아래 두억마을 가는 길
들판 건너 월출산은 눈구름이 가려 보이지 않는다.
집에서 두억봉 아래 두억마을까지는 4km 눈 쌓인 농로를 따라 걷는다. 정남으로 보이는 두억 흑석 가학산의 능선 공제선이 겨울산의 음산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두억마을이 가까워지자 낯선 등산객 방문이 시기한 지 목장 옆을 지나는데 젖소가 반겨준다.

두억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걷다 두억봉 이정표를 보고 본격적인 눈 산행이 시작되었다.
눈 속에 꽃꽂이 서있는 삼나무 숲이 아름답다.
눈은 그리 많이 쌓이지 않았다. 발목까지 빠지는 정도다. 남도에서 이렇게 눈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주인 잃은 벤치 그리고 동물 발자국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동행할 수 있는 동무가 있었으면 좋을 텐데ㅡㅡㅡ
두억봉 오르기 전 젊은 두 친구를 만났다.
해남 쪽에서 올라오셨단다 반가웠다.
두억봉 최고로 멋진 코스 암릉길 아이젠을 착용하고 안전하게 줄을 잡고 오른다. 겨울산의 진수를 느껴볼 수 있는 코스다. 두억봉 정상에 올라섰는데 흑석봉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가리재에서 내려가려던 계획이 변경되었다. 컨디션이 괜찮다. 발걸음은 이미 흑석산을 오르고 있다. 전망대 데크가 있는 곳까지 계속 오르막길이다. 오르는 길 예닐곱 명의 등산객을 만났다. 이 추위와 눈 속에서 나뿐만 아니라 산을 즐기는 등산객들이 있다는 것이 즐겁다.
데크 전망대에 올라 핫 앤 쿡으로 간편하게 점심을 먹었다. 전망대에도 네 분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간에 쫓겨 서두른다.

깃대봉을 지나 흑석산으로 걷는다.
두억봉 오르다 만난 두 친구를 또 만났다 되돌아 흑석산 휴양림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즐겁고 안전한 산행 하세요.
시커먼 암반의 위용 흑석산에 올라서니 가학산 쪽으로 시계가 제로다. 인증숏 남기고 서둘러 가학산으로 걷기 시작했다. 별뫼산으로 종주를 할 것인지 흑석산 기도원 쪽으로 내려갈 것인지 머리를 굴리면서 걷는다.

시계를 확인하지 않고 열심히 걸었다.
가학산 오르는 길도 암릉의 가파른 오름길이다. 흑석에서 1km 정도 거리다. 이 속도로 걷는다면 별뫼산까지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모교 초등학교 교가 첫 구절 가학산 정기를 이어받아 ㅡㅡㅡ 에 나오는 산이기에 애착이 가는 곳이다.
정상에 서면 학산면 들과 월출산 조망이 그만인데 오늘은 정상 밟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가학산에서 내려오는 길 본의 아니게 별뫼산 길을 버리고 기도원길로 내려섰다. 별뫼산 가는 길은 등산로가 희미해 긴가민가해 좋은 길을 따라 내려왔는데 기도원으로 떨어지는 길이다. 아쉽지만 만족한 산행이었다.

기도원을 지나 계속 내려오면 해남 계곡면 당산리 신기마을을 만나게 된다. 첫 번째 집주인을 만나 버스 타는 곳을 묻는데 목포로 나가는데 태워 주시겠단다.
고맙습니다.
마을 앞 도로변에서 내리겠다는데 동네 마을회관 앞까지 태워 주셨다.
신세를 어떻게 갚은 돼요
다음에도 놀러 오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