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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산 진달래꽃에 취하다.

왜 그럴까? 2024. 3. 25. 23:12

2023년 3월 25일
원미산 가는 길
봄비가 봄비스럽게 차분하게 내린다.
자타산타를 할까도 생각했는데 비 예보가 있어 우의를 챙기고 뒷동산에서 걷기로 맘먹었다. 비가 내리지 않다가 산속로 들어서니 가랑비가 차분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매봉산을 지나 깃대봉까지 갈 때까지도 어느 코스를 걸을까 맘에 결정을 못했는데 원미산을 가고 싶다고 마음이 시킨다. 가는 길 숲 속에 한두 그루의 진달래꽃이 너무 예쁘게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세월은 가고 봄은 오고 있구나 친구와 꽃놀이를 하고픈 생각이 번뜩 들었다.
원미산에 올라 운동장 쪽 언덕베기를 바라보니 봄비를 한껏 머금은 진달래 꽃망울이 경쟁이라도 하듯 터지고 있었다. 아니 보고 갈 수 없어 꽃밭 속으로 들어가 맘껏 감상을 했다. 15km 걷기 코스를 진달래 때문에 힘들지 않고 즐거운 맘으로 걸었다.

히어리 외래종인가봐요

어린 시절
고향 동네 뒷산에 올라 진달래 따먹고 소나무에 물오르면 송쿠를 먹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군것질거리가 없어 진달래를 꺾어 한아름 안고 꽃잎을 따먹곤 했었다.
화전을 붙여먹기는 꿈같은 이야기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철쭉꽃이 이어 피기 시작한다. 철쭉꽃은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다. 그리고 꽃을 만져보면 진달래는 부드러운 감촉이지만 철쭉꽃은 거칠고 진액이 꽃잎 뒤쪽에 묻어있어 찐득거려 구분할 수 있었다.
어린 소나무가 잘 자라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중심가지를 꺾어 낫으로 겉껍질을 벗기고 속껍질을 이빨로 긁어먹었던 달착지근한 맛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을 송쿠라고 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삐삐가 알배서 올라오기 시작한다. 잔디보다는 크고 억새풀보다는 작은 풀이 꽃대를 올리기 위해 피기 전 배불러오면 그것을 뽑아 까먹었다.
피죽도 못 먹던 시절이란 말이 생각난다.
꽃피는 봄날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