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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빗속을 걷다

왜 그럴까? 2024. 2. 20. 15:47

2024년 2월 19일
안개비가 내리는 원미산코스를 걷다.
매봉산-깃대봉-와룡산-원미산-와룡산-깃대봉-매봉산
운동거리 13.98km 평속 3.7k/h 운동시간 3:48
종일 안개가 걷히지 않는다.
나뭇가지에 맺힌 안개가 빗방울이 되어 뚝뚝 떨어진다.
안개가 짙게 드리워진 산속풍경이 음산하다.
습도가 높은데 기온이 올라가 나타난 현상이다. 오후 한 시에 집을 나섰는데 그때도 안개가 걷히지 않았다.
며칠 동안 아내를 병원에 모시고 진료받으러 다니느라 운동을 게을리했다. 허리 통증이 도지고 왼쪽 종아리 발등으로 저림 현상이 요 며칠사이에 생겼다. 병원에서 진찰도 받고 x-ray도 찍어 봤는데 별이상 증상은 없다고 mri를 찍어봐야 알 것 같다고 진단하신다. 견딜 수 있으면 걷는 운동을 열심히 해보려 노력 중이다.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아 봤는데도 크게 진전이 없다.
산속풍경이 어째 내 마음 같아 보인다.

까치울역을 지나 최희섭동산에서 간식을 먹고 원미산으로 걷기 시작했다. 최희섭동산에서 원미산으로 들어가는 초입 세 아름들이 이태리포플러나무를 만날 수 있다. 중턱쯤 오르면 또 한그루의 이태리포플러가  반겨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쳐 자라고 있다. 주변 잡목들과 견주어볼 때 단연 압권이다. 생채기 하나 없이 의연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면서 잘 살아왔구나 나무의 수명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이제 어떻게 잘 죽을지를 고민해야 할 나이가 되지 않았나 생각게 한다. 주변은 아파트 택지개발로 점점 침범해 들어오고 있다.  모진 비바람 태풍 속에서도 가지하나 부러지지 않고 저렇게 잘  자랄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1100년의 수명을 자랑하는 용문사 은행나무가 생각난다. 용문산 계곡 일 년 열두 달 물이 마르지 않은 계곡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춰진 곳이라야 장수할 수 있다.
사람도 터를 잘 잡으면 장수할 수 있을까?
터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자라온과정 경제적 조건 사람과의 관계 많은 조건들이 들어맞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 인간이 살아가는데 모든 조건이 딱 들어맞게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주어진 조건에서 발버둥 쳐보지만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안개비가 내리는 안갯속을 헤쳐 걷다 보면 쨍하고 햇빛이 나오는 날이 있듯이 인생사 노력하며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오리라 믿는다.
안개비가 내리는 뒷동산길을 걸으며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