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목포에서 동해까지 추모산행 가는길

왜 그럴까? 2025. 2. 4. 12:46

김충기 산우 추모산행

두타 청옥산 박달령

2008년 12월 19일

목포역

 

2019 년 10월 18일

KTX     572  목포 5:39-서대전 8:11

누리로 1705 대전 8:45-제천 10:54

무궁화 1635 제천 14:41-동해 17:51

 21200. 10100. 10000원

 

2019년 10월 19일

무궁화호 동해 17:11-제천 20:17

          "    제천 21:15-대전 23:21

20일   "   서대전 01:08-목포 4:10

10000. 10100.16000원

 

전라남도 영암에서 강원도 동해 두타청옥산(550 km)을 가는 코스다. 외국 여행 중 오지 여행지를 찾아가는 기분으로 가보려 한다. 열차와 버스 어느 교통편을 이용해야 할지 고민하다 열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귀로시 산행을 마치고 동해에서 17:11분 차를 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열차를 놓치면 대전까지 18:14분 버스를 이용할 계획이다. 예전 추모산행 경험으로 봐서 빠듯할 성싶다. 두 개 다 놓치면 서울로 돌아와야 한다.

 

용돈

며칠 전 어머니에게 멀리 단풍구경 갔다 온다고 말씀드렸다. 

어제저녁 식사 중 언제 오냐고 또 확인하신다.

내일 새벽 04:00시에 갔다 일요일 돌아온다고 알려 드렸다.

아침에 일어나지 마세요 잘 갔다 올게요 하고 잠이 들었다. 

 4:00시 알람소리에 일어나 배낭 메고 현관문을 나섰다.

자동차에 올라 시동을 거는데 현관에 불이 켜지더니 어머님이 나오셨다.

현관에서 손 흔들면 되실 일을 굳이 바쁜 걸음으로 자동차까지 오셨다.

주무시죠!

왜 일어났어요.

무언가 주머니에서 꺼내 차 안으로 넣어 주시면 밥 굶지 말고 잘 먹고 다녀라 하신다.

오만 원권 지폐 두장이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시동을 걸고 집을 나서는데 가슴이 찡해온다.

어려서 받아보지 못한 용돈을 60이 넘은 나이에 서울 갈 때 친구들 만나려 갈 때 자전거 타러 갈 때 산에 갈 때 어머님께서 용돈을 주신다.

아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을 거절할 수 없어 받아 쥐곤 한다.

어머니 부디 건강히 오래오래 사세요.

 

 

 

열차 타고 강원도 동해로 출발

목포역에 승용차를 주차시키고 시간이 있어 역전 김밥집에서 김밥 두 뎅이를 싸고 열차에 올라 550km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열차 내에 울리는 출발 안내방송이 정겹다. 서대전역까지는 2:32분이 걸린다. 익산역 까지는 고속선으로 익산-서대전구간은 일반선으로 운행하는 KTX열차다. 김제 논산 계룡역을 정차한다. 끝없는 지평선의 황금 들판을 달린다. 들녘에는 추수가 한창이다. 익산을 출발 호남선의 일반선로를 달린다. 350km/h를 달려야 할 고속열차가 100km/h를 달랑달랑 달린다. 400R곡선을 돌아갈 땐 15호차에서도 아름답게 휘어진 ktx의 유연한 곡선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고속선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개태사역에서 서대전역 까지는 400R 500R 곡선이 많아 ktx열차와 주변풍경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들어준다. 맨 후미 18호차는 자유석이기 때문에 곡선에 따라 좌석을 좌우로 옮겨가며 열차 앞부분의 달리는 풍경을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차창밖의 가을풍경에 취해 정신팔려 있는중 서대전역 정차 안내방송이 나온다.

“ 다음 정차역은 서대전 서대전역입니다.

내리실 홈은 좌측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

 

환승

제천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전역으로 가야 한다.

8:11 도착 8:45 출발

5분쯤 늦었다. 바쁘게 이동해 택시를 탔다. 서대전역에서 대전역으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런데 아침 출근 시간이라 정체가 심하다. 열차표를 예매해야 할지 고민이다. 택시 안에서 일단 검색을 하는데 좌석이 없다. 5분 전에 도착할 수 있을것 같아 청주까지 좌석이 있어 예매했다. 나머지 제천까지는 입석으로 연장할 생각이었다. 택시 안에서 열차표 계속 검색 중 좌석이 떴다. 장애우 지정석이 팔리지 않아 출발시간이 임박해 풀어놓은 것 같다. 다시 예매하고 청주 좌석을 취소했다. 출발 5분 전에 역 앞에서 내려 뛰어 열차에 오른다.

 

누리로 열차

아!

누리로!

누리로 열차를 타보다.

현직에 있을 때 도입초기부터 승무 했던 차량이다. 서울-신창간을 운행했다. 제작사 교육을 창원에서 이주동안 받고 실무를 담당했다. 무척이나 애착이 가는 열차다. 객실에 타고 여행을 해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근무 중에는 항상 앞에서만 운전하는 입장이라 객실에 타고 여행해 보는 것이 꿈이었다. 청주역에서 어린이집 어린이들 단체손님이 승차했다. 그래서 좌석이 매진됐던 것이다. 어린이들을 보자 손녀 보고 싶은 생각이 울컥 솟는다. 천둥산이 있는 삼탄역에서 모두 내려 시멘트바닥 홈에 앉아있다. 손을 흔들자 한 명이 응대한다.

안녕!

잘 가!

도착 5분 전 문자가 뜬다.

제천역 도착 안내방송이 나온다.

전화기 코레일톡으로 차표예매를 하면 하차 5분 전 문자가 온다.

 

환승 중 친구를 만나다.

충북선 열차를 타고 가는 중 제천역이 가까워지자 제천에 사는 친구 생각이 났다. 만나보고 싶은 친구다. 파라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내고 나와 같이 퇴직하고 인생 2막을 잘 보내고 있다.

친구가 보고 싶어 전화했다. 집수리 중이라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했다.

제천역에서 내가 찾아갈까?

그래 택시 타고 와!

그래 갈게

11:37분 환승 열차를 14:47분 차로 변경 예매하고 택시를 타고 친구 집을 찾아갔다.

친구야 반갑다!

마당에서 집수리 보조일을 하고 있었다.

암투병으로 고생했는데 좋아진 것 같다. 지금도 약은 먹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났다고 재미나게 살자고 했다. 지금은 젊은 시절에 했던 기타와 전자오르간을 가르치는 조금한 학원을 하며 음악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친구가 부러웠다.

어부인께서 차려주신 능이 된장국에 점심을 만나게 먹으면서 학창시절,직장생활하던때 회포를 풀며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제천역으로 와 동해행 열차를 탔다.

 

태백선을 달리다.

오색으로 물들인 강원도 협곡을 따라 태백선을 달리고 있다. 굽이 굽이길 청령포 정선을 지나고 예미를 지났다. 무궁화 열차도 서지 않는 자미원역을 막 지나고 있다. 50여 km/h를 달리던 열차 속도가 2-30km/h 떨어졌다. 민둥산역 쪽으로 내려가면서 속도가 붙는다. 수없이 많은 터널을 지나고 짙어진 단풍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사북을 지나 백두대간을 넘어 태백으로 넘어서자 안개가 자욱이 낀 풍경으로 바뀌었다. 루프식 또아리터널 직전 동백산역을 통과할 때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스위치백 시설의 통리역이 없어지고 연화산을 터널로 한 바퀴 돌아 도계역으로 내려간다. 일명 솔안터널이다. 16.7km나 된다고 하네요.

두타 청옥산이 좌측으로 하얀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백두대간의 호랑이 허리를 힘겹게 넘어 강릉 쪽으로 바닷가 길을 달려 무사히 동해역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출발한 옛 직장 후배들이 주문진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 동해에 있는 줄 알았는데 택시로 이동했다. 반갑게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회포를 풀었다. 식사를 마치고 무릉계곡입구 청옥산장으로 이동 못다 한 이야기 꽃을 피우다 잠이 들었다.

 

두타산을 오르다.

2019년 10월 19일

해발 1353m

다섯 시에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새벽공기 가르며 무릉계곡으로 빨려 들어간다. 직장 동료이며 산행친구인 산우를 저 세상으로 보낸 지 11년이 지났다. 2008년 12월 19일 그날 친구를 헬기에 태워 보내고 이 길을 정신없이 뛰어내려왔었다.

추모산행이란 이름으로 동료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기려 본다. 그날은 12월 겨울 칼바람이 두타 청옥 능선길에 모질게도 불었었는데 오늘은 빨강 노랑 아름다운 단풍이 맞아주는 산행길이 되었다. 삼화사를 지나고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쌍폭까지 올랐다. 잠시 땀을 식히며 폭포도 구경하고 오르막 길을 오를 준비를 했다. 준비를 마치고 오를수록 진한 단풍의 홀림에 빠져 힘든지 모르고 오른다. 두 번의 계곡을 건너며 원시림 숲 속 길을 앞장서 홀로 걷는다. 상념에 빠져든다. 이정표의 2-4 지점을 통과하면 급경사길이 시작된다. 2km남짓거리를 한 시간 반이나 걸려 올라야 하는 험한 등산로다. 오르다 쉬다를 반복하며 힘겹게 박달령에 도착했다. 11년 전 산우를 보냈던 그곳은 오늘도 변함없이 떨어진 낙엽으로 덮여있고 그 옆자리를 못난이 자작나무가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간단히 제상을 차리고 친구와 술 한잔 나누며 친구를 추모한다. 제를 마치고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두타산으로 옮긴다. 주말이라서인지 두타정상에는 꽤 많은 등산객이 올라 있었다. 열차 시간 때문에 바쁘게 서둘러 두타산성 능선길을 따라 하산했다. 오늘만큼은 무릉계곡이란 이름에 걸맞게 온통 오색의 단풍으로 백두대간 두타청옥에서 내려 뻗은 줄기줄기를 물들여 무릉도원을 연상케 해 주었다.

16:00쯤 무릉계곡 입구에 도착 산행을 마치고 택시를 불러 타고 동해역 앞으로 달렸다. 역 앞에서 저녁을 먹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동료들과 헤어져 열차에 올랐다.

 

550km를 되돌아오다.

같이 백두대간길을 걷다 대간길 위에서 저보다 젊은 친구가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갔다. 11년이 지났다 일곱 번째 추모산행이란 이름으로 두타산을 올랐다. 오늘 열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생각해 본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아직도 가슴에 안고 있는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짐은 언제 내려놓을 수 있을까 영원히 내려놓지 못할 것 같다. 열차를 타고 태백선을 달리는 중 밖은 금방 어두워져 칠흑으로 변했다. 어제는 낮 시간 이동이라 경치를 구경하면서 오는 길이 지루하지 않았는데 밤열차는 무지 지루함을 느끼면서 달리고 있다. 저녁을 먹고 동해에서 출발했는데 제천에 오니 배가 고파 환승시간이 있어 역전 시장에서 메밀국수 한 그릇을 사 먹었다. 지금은 충주를 지나 증평역에 정차했다 출발하고 있다. 대전에 도착하면 서대전역으로 이동해 오랜만에 야간열차를 타고 목포까지 갈 것이다.

열차에 오르기 전

승무 중 야간열차 운행 후 서대전역에서 교대하면 추출해 라면에 김밥을 사 먹고 숙소에 들어갔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라면과 김밥도 사 먹고 #1411 열차 서대전 01:08분 출발열차에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저 열차를 용산에서 익산까지 승무 했었는데 오늘은 승객으로 객실에 앉아있다.

“졸음이 올시간이다. 봉지커피를 입에 털어 넣고 찬물을 한 모금 마신다. 일어섰다 앉았다 허리를 비틀어 보기도 한다. “

추억을 상상하는 동안 레일과 차륜이 부딪히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목포역 도착 안내방송에 잠이 깼다.

새벽 4:10분 비몽사몽간에 짙은 안갯속으로 차를 몰고 고향집으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