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산행
두억봉 흑석산 가학산 별뫼산 종주산행
2018년 10월 3일



소각장
고향에 내려와 돌아다니다 보면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 중 하나다.
근본적인 원인은 수거하는 제도와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내 주변은 깨끗해야 하고 쓰레기 폐기물은 처리해야 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제도적으로 되어있지 않고 저렇게 소각하면 안 된다는 인식도 없다.
도의원 페북친구에게 문제를 제기했더니 시골 정서타령을 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정서가 문제고 저렇게 처리해도 누구도 지적을 하지 않고 불법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지도 않고 정치꾼들은 대책도 안 세우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안 좋은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교육하고 정치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해결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집에서부터 걸어서 출발 갈마 청현마을을 가로질러 두억봉 아랫마을 두억리 장수마을에 도착했다. 집에서 약 4.5km 거리다. 농촌풍경이 예전과 비교해 많이 변해 있었다. 들녘은 휴경지가 많아졌고 밭에는 태양전지 패널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새마을 운동 시 담장 지붕개량했던 집들은 사라지고 현대식 단독주택들로 많이 바뀌었다. 마을마다 대량으로 소를 키우는 목장축사들이 많아졌다. 소똥냄새를 맡으며 장수마을로 들어섰다. 고향에 내려와 이 마을은 벌써 세 번째다.











두억봉(526m)
마을을 지나 두억봉을 바라보며 농로를 따라 마을 뒤쪽 밭길농로를 지나고 산입구에서 두억봉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왔을 때는 임도를 따라 올랐는데 오늘은 등산로를 찾아 산으로 들어갔다. 두 번째 두억봉 이정표까지는 잘 갔는데 그다음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길이 희미해졌다. 계곡을 만난 후 그다음부터는 아예 길이 없어져버렸다. 5부쯤에 개설된 임도까지 밀림을 헤치고 올라갔다. 한참을 거미줄에 걸리고 가시나무에 찔리고 하면서 오르다 보니 임도까지 올랐다. 다행히 두억봉 등산로 입구에서 100m도 안 떨어진 곳이었다. 기찬묏길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두억마을로 내려가는 등산로 돌계단흔적이 있는데 잡초에 가려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두억봉 1.2km 이정표를 확인하고 오른다. 돌길을 오르다 삼나무숲 시작지점 등산로에서 밤송이를 만나 알밤을 한됏박이나 줍고 삼나무 숲 속 등산로를 지그재그로 올랐다.
삼나무숲이 끝나면 등산로 우측으로 멋진 바위가 버티고 있다. 옛 추억을 생각하면서 바위에도 한번 붙어본다. 쉽지는 않았다. 홀로 산행 중 이런 짓은 위험한 바보짓이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 않겠다. 바위를 다시 한번 쳐다보고 또 오르고 싶음을 억제하며 두억봉을 향해 오른다.











능선길에서 가학산 두억봉 이정표를 만나 우측으로 오른다. 능선길을 조금 걷자 바로 암릉길의 로프코스가 나온다. 세 구간 정도로 나뉘어 암릉길이 연속 이어진다. 난이도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뒤돌아보면 흑석산 가학산이 버티고 있다. 이곳에서는 별뫼산은 보이지 않는다. 우측으로 산아래를 바라보면 고향 금계들의 황금들판이 아름답게 보인다. 마지막 로프코스를 오르면 정상인줄 알았는데 올라서니 주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하기 좋은 장소였다. 남쪽방향으로 조금 더 완만한 능선길을 오르면 정상표지석을 만나게 된다. 동쪽으로는 가학산 가는 능선길이 길게 누워있다. 남으로는 해남땅 계곡면들과 영암호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해주고 있다. 영암호 쪽 더 멀리 진도가 눈앞에 보이고 바로 옆으로 목포도 한눈에 들어온다. 영산강을 따라 도청이 있는 신도시아파트도 선명하게 보인다. 은적산 그 옆으로 서호 몽해들도 아스라이 보인다. 영암땅이면 어디서나 보이는 명산 월출산이 사랑방 마을어르신처럼 점잖게 버티고 앉아있다. 경치에 취해 오래 머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던 길을 따라 가리재 바람재 흑석산 쪽으로 능선길을 걷는다.

흑석산(652.7m)
전라남도 영암군 학산면 학계리에 소재해 있는 산이다.
흑석산은 월출산 국립공원에 속한 도갑산에서 남쪽으로 매봉산을 뻗어 내리고 약간동쪽으로 땅끝기맥을 이어주는 월각산(460m)으로 연결되어 2번 국도와 남해고속도로가 통과하는 밤재를 넘어 벌뫼산(465m)으로 이어지고 남서쪽으로 길게 가학산(575m)을 솟구치게 하고 힘이 남아 남서쪽으로 1㎞를 더 뻗어내려 솟구치니 이산이 흑석산이다. 특히 비 오는 날 학계리 쪽에서 바라보면 산정상의 바위가 검게 보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흑석산의 북쪽은 골짜기들은 영암군 학산면 망월천으로 흘러들어 영산강으로 합류되고 , 남쪽은 해남군 계곡면 당산리 계곡천으로 흘러들어 영암호로 합류한다.


















다시 돌아와 두억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를 지나고 본격적인 산줄기 타기가 시작된다. 영암 한번 쳐다보고 해남 한번 쳐다보고 영암 한번 더 쳐다보고 전진한다. 두억봉에서 미암면 남산리로 떨어지는 능선길은 등산로가 없다. 흑석산 쪽으로는 능선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가리재까지는 내리막길이다.
가리라는 말은 가랑이, 산줄기가 갈린 목 또는 지역을 가른다는 뜻이라는데 두억봉과 흑석산의 가랑이, 해남과 영암을 가르는 재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두 곳의 데크계단길을 올라서면 해남군 계곡들을 바라볼 수 있는 데크전망대가 나온다. 해남 한번 쳐다보고 영암은 쳐다볼 전망대가 없어 나무사이로 학산 서호들을 바라본다. 전망대 근처에 어마어마한 소나무가 쓰러져있다. 아직은 살아있지만 겨울나기가 힘들 것 같다. 혼자 어찌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소나무 아래는 벤치가 설치되어 있어 쉬기 딱 좋은 장소인데 앞으로는 혜택을 누릴 수 없을 것 같다. 가리재에서 1.3km를 더 걸으면 바람이 넘나드는 바람재가 나온다. 바람재의 위치는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다.
가리재 전망대 바람재를 지나면 흑석산으로 오름길이 시작된다. 거의 다 올라섰다. 호미동산 가학산 별뫼산의 봉우리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깃대봉에 올라섰다. 사방이 툭트여 조망하기에 그만인 장소다. 월출산도 남쪽사면이 더욱 가깝게 보인다. 깃대봉이 흑석산인지 헛갈린다. 깃대봉 표지석과 흑석산 이정표는 위치를 달리하고 있다. 해는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 마음이 서서히 바빠지기 시작했다.

가학산(574.7m)
학(鶴)이 높이 날지 못하도록 멍에[駕]를 씌운 비보(裨補) 지명이라는 설과 산의 모습이 학이 날아오르는 것과 같다는 설이 있다. 주변산의 가장자리에 있는 산을 의미하는 ‘가앗뫼’가 변해 가학산이 되었다는 해석을 하는 분도 있네요.
지형이나 산새가 풍수적으로 부족하여 보안한 것이 멍에 가[駕] 자를 넣어 학에게 멍에를 씌워 날지 못하게 했다는 슬픈 지명을 얻게 된 산이라네요. 슬픈 산이름보다 학이 날아오르는 모습에서 따온 후자의 산이름으로 부르고 싶네요.

저의 모교 학산초등학교 교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가학산 정기를 이어받아서
-아름답고 힘차게 자라는 새싹
-기름진 내 고장 기둥이 되어
-빛내자 그 이름 우리 학산교
1926년 개교하여 올해로 89회 635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와우산(누운 소의 형상) 자락에 자리하고 현재학생은 35명 유치원생 5명 교직원 2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1970년 졸업 49회








흑석산을 지나면서 능선의 아름다운 암릉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측으로 호미동산 좌측으로 가학산 그 뒤로 별뫼산의 아름다운 암릉이 카메라를 자꾸 열게 만드네요. 흑석산 정상에서 가학산까지 1.4km 능선길을 걸으면서 영암 한번 쳐다보고 해남 한번 쳐다보고 강진 한번 쳐다보는 눈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걷는다. 흑석산과 가학산 중간쯤에 가래재가 있다. 이곳은 가학산줄기와 호미동산줄기가 갈라지는 삼거리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학의 날개쯤으로 보이는데 호랑이 꼬리이름을 붙이게 되었는지 아이러니다.
시간에 쫓긴다는 등산객이 가학산 방향으로 가 별뫼산으로 하산해야 하는데 호미동산의 능선길에 반해 희미한 등산로를 헤치며 그쪽으로 가고 있다. 호미동산 바위까지 갔다 온다는 계산으로 들어섰는데 등산객이 많이 출입을 하지 않아 온갖 잡목들이 방해를 해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중간쯤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고 말았다. 호미동산으로 가는 칼바위 공룡능선상은 몇 년 전 산불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가래재에서 가학산까지는 오르막길이다. 바위에 붙어 오르다 길을 놓쳤다. 바위길을 올라서 능선길을 조금만 가면 가학산정상이다. 정상에서 영암 ㅡㅡㅡ 해남 ㅡㅡㅡ 강진 ㅡㅡㅡ 별뫼산 쪽으로 걷는다. 별뫼산까지는 꽤 긴 거리다. 4시가 지나고 있다. 서쪽으로 떨어지는 해의 빛을 받아 바위들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산행이 오랜만이어서 인지 나이 탓인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눈앞에 월각산 그 뒤로 월출산의 경포대능선의 암봉이 낙조의 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장관이다. 정신없이 걸으면서도 호미동산 줄기의 뒤통수에 반해 자꾸 쳐다보게 된다.












아름다운 형형색색 바위를 감상하며 별뫼산에 올라섰다. 이곳에서도 영암 ㅡㅡㅡ 해남 ㅡㅡㅡ 강진한 번져다보고 발길을 재촉한다. 내려서는 아래별뫼산이 또 한 번 유혹의 손길로 오라 한다. 벌뫼산에서 능선길을 조금 내려오면 땅끝기맥길과 벌뫼산으로 내려가는 삼거리길이 나온다.
이곳 삼거리에서 바라본 별매산의 형상과 가학산에서 내려오면서 바라본 호미동산의 암릉, 한참을 내려오다 뒤돌아본 가학산의 위용은 이번 산행의 백미 중에 백미였다.






벌매산의 암릉길이 아쉽지만 시간에 쫓겨 기맥길을 따라 밤재로 내려섰다. 가파른 길을 나무를 붙잡고 내려서다 보면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다 내려와서 골재공장에 길이 막혀 등산로가 사라져 버렸다. 골재공장 담을 넘어 공장을 통과해 정문으로 나가면 2번 국도 밤재가 나타난다. 내려오는 길에 학산택시(010-3601-2073)를 불렀는데 길건너편 주유소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밤재에서 묵동마을 쪽으로 100여 m 내려가면 횡단보도가 있어 조심스럽게 건너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