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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트레킹 2 (천부항-남양항)

왜 그럴까? 2025. 1. 20. 20:39

걸어서 울릉도 한 바퀴, 성인봉 오르기

2014년 8월 26일

천부항-송곳바위-노인봉-현포항-태하항, 울릉도등대-태하령-남양항

 

천부항

울릉도에서 도동이나 저동 다음으로 큰 마을이다. 천부항은 교통편이 좋은 것 같다. 순환버스의 종착지이고 이곳에는 마을버스가 있어 나리분지, 관음도, 선창. 석포를 마을버스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이다. 어제저녁 두 친구는 버스정류장 대합실에서 자고 왔다. 깔판과 침낭만 들고 가 대합실 문을 닫고 잤는데 아늑하고 좋았다고 했다. 덕분에 텐트를 독차지하고 편히 잘 수 있었다. 아침을 해서 먹고 천부항을 뒤로하고 이틀째 걷기을 시작했다.

 

오늘도 날씨는 추적추적 비를 뿌리고 있다.

천부항을 돌아보며 몇 컷의 사진을 더 찍고 출발했다. 많은 비는 오지 않아 다행이다.

걷기에 불편함은 없다.

해변길을 따라 송곳바위를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아름다운 음악 삼아 행복해하며 걷고 있다.

 

거대한 코끼리가 나리분지에서 풀을 뜯다가 목이 말라 시원한 바닷물을 한 움큼 들여 마시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바위사이를 통과하고 있다. 그사이로. 우뚝 솟아있는 430m의 송곳봉이 아름다운 주상절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바다에 떠있는 코끼리 바위의 모습은 걸으면서 볼 수 없다. 유람선을 타야 코끼리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변길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외로운 바위돌일 뿐이다.

 

태초에 화산이 동해에서 솟구칠 때를 상상해 보라, 그 화산이 멈출 때 송곳바위가 생성된 모습을 상상해 보면 뻘것게 달아올라 아래서부터 바닷물의 냉기를 빨아올리면서 식어가는 그 모습을 상상해 보면 저절로 감탐사가 나올 것이다. 430m 높이를 자랑하고 절리의 극치를 보여주며 성인봉 쪽으로 구멍을 연출하며 흘러내린 모습이 절정의 연출을 해내고 있다.

 

천부항을 뒤로하고 바다 위에 외로이 떠있는 코끼리 바위를 감상하면서 파도소리를 음악 삼아 걷고 있다. 자연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사람이 할 수 없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자연이다. 그것을 보고 웃고 울고 행복해하는 것이 인간이다.

걷는 여행을 하는 중 뒤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의 연륜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주야장창 걷기만 하던 시절도 있었고 옷깃을 깨물고 고통을 감내하면서 산을 오른 적도 있었다. 육신이 얼마나 견뎌내는지를 시험 삼아 산을 오른 적도 있었다. 부질없는 젊음의 장난이었다고 회상해 본다.

 

코끼리바위를 뒤돌아봐야 볼 수 있는 위치에 와있다.

비는 이제 오지 않는다.

앞에는 천부항이 보이기 시작했고 노인봉이 무게를 잡고 서있다. 나리분지로 오를 수 있고 수력발전소가 있는 추산을 지나왔고 평리라는 마을 앞을 지나고 있다.

여기는 현포항이다. 어떤 이는 나리분지에서 알봉 뒤로 형제봉을 넘어 이곳 현포항으로 트레킹을 했던 이도 있었다. 바닷가길도 좋지만 시간이 허락되고 정확한 정보만 있다면 한 번쯤 걸어 봄직한 길이라고 생각된다. 현포항 들어가기 전 송곳봉에 견줄만한 노인봉이 버티고 서있다. 암릉높이만 200m나되는 웅장한 바위다. 암석표면의 절리들이 노인의 주름살처럼 보여 노인봉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하네요.

현포항이 있는 마을 보성슈퍼 겸 식당 겸 주막집에서 길 가던 나그네들이 막걸리 한잔 마시고 있네요. 인심 좋은 주막집 아줌마, 울릉도에서 먹어봐야 하는 몇 가지 음식 중 명이나물이라는 나물이  있는데 막걸리를 먹으면서 아주머니에게 명이 나물을 맛보게 해 줄 수 있느냐고 통사정을 했더니 기꺼이 나물을 내주셨다. 내친김에 조금 파실 수 있냐고 물었더니 냉장고에서 보관 중인데 꺼내놓은 것이 없어 팔 수 없다고 하신다. 또 사정해 밑반찬으로 내놓은 것이라도 달라고 조르니 한 움큼 싸주셨다. 여행 내내 요긴하게 잘 먹었다. 감자빈대떡에 부지깽이나물이 막걸리 안주로는 그만이었다.

 

막걸리 한잔 걸치고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마가목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모습을 구경할 수 있고 길가 부지깽이 밭에서 웃자람을 쳐내고 계시는 울릉도 농부아저씨도 만날 수 있었다. 높은대로 올라서니 바다의 풍경이 한층 아름답게 보였다. 현포전망대에서 노인봉 쪽으로 풍경은 장관이었다. 성인봉에서 내려 뻗은 올망졸망한 산들이 바닷가에 와서는 더 이상 바다에 빠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울릉도 호박 엿공장,엿 판매소
바람이꽤나 세게 부는데도 풍력발전기는 돌아가지 않고있다
가로수로 심어져있는 마가목열매

현포에서 태하로 넘어오는길은 경사가 심해 자동차길이 갈지자를 서너번은 써야 태하입구 삼거리까지 내려올수있다.곡선이 심해 걷기에는 별로좋지않은 길이다.인도가 없기때문에 더욱 그렇다.그래서 데크로 길을 만들어 안전하게  내려올수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았다.비가 그쳤나 싶었는데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비를 피해 정자에서 점심을 해먹고 태하쪽으로 걸었다. 

성하신당

 

태하 향목 모노레일

36억 들여서 만들었다고 하네요. 모노레일 길이는 304m이고요 이용요금은 왕복 4000원

배낭을 벗어놓고 빈 몸으로 걸어서 오르기로 했다. 사람들이 많이 통행한 흔적은 없지만 모노레일을 건설할 때 만들었던 임도였던 것 같은 넓은 길이 있어 무작정 따라 올라갔는데 상부정거장 조금 못 미쳐 이정표가 나왔다. 향목옛길이라는 표기가 되어 있었다. 어림짐작으로 풍력발전소 있는 곳으로 연결된 옛길이 있음 직하다. 이정표에서 조금만 가면 모노레일 상부 정거장이 나온다. 거기에서 태하등대까지는 500m 정도 되는 아주 걷기 편한 길이다.

걸어올라오다 뒤돌아본 태하항 전경
모노레일 상부정거장

 

모노레일에서 등대까지는 이런 길이 500m 정도 이어지고 있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의 원시림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고 멀리 보이는 동해바다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준다.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식물들이 조금은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도심의 찌든 때를 벗겨내는 기분이 든다.

비 온 뒤의 푸르름과 상큼함이 코끝을 간질이는 기분이다.

 

향목마을

TV 무슨 프로에 나왔다는 안내표지가 붙어 있는 집이다. 긍금해 안 가볼 수 없어 살금살금 갔는데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노부부가 살고 계시는데 할아버지는 외출하시고 할머니 혼자 계셨다. 툇마루에는 몇 가지 나물을 포장해서 팔고 계셨다. 방안을 들여다보니 어렸을 적 우리네 집과 똑 같았다. 할머니께서 외로우신지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가 그 칠 줄 모르시고 쏟아 내신다. 작년겨울 방문객 이야기부터 자식들 다 키워 내보내시고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이곳이 좋으시단다. 아프면 어떻게 해요라고 물으니 헬기가 태워다 준다고 하네요.

할머니 할아버지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세요.

 

이곳에서 본풍경이 대한민국의 10대 비경 중 한 곳이라고 합니다.

천연기념물 49호 대풍감 향나무 자생지이기도 하고요.

이곳에 올라서서 입을 벌리고 다물지를 못하고 있다. 아름다운 경치에 넋을 잃고 말았다. 울릉도를 세 번째 왔는데도 이곳은 처음 와보게 되었다. 발아래 펼쳐진 옥빛물결 깎아지른 주상절리 암릉사이로 서있는 푸르른 나무들 그 주위에서 날고 있는 바다새들 하나하나가 흠잡을 데 없는 아름다운 경치다. 우측으로는 울릉도의 북쪽해변이 한눈에 들어오고 좌측으로는 깎아지른 절리의 절벽이 동해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태하등대,울릉도등대.울릉항로 표지관리소 이름이 많네요

 

울릉도 호박막걸리

오전일찍부터 내리던 비는 오후가 되면서 잦아들었다. 라면에 밥한술 먹고 태하등대를 구경하고 나오니 출출해져서 울릉도 호박막걸리로 배속을 달래려 하고 있다. 태하령 옛길로 들어서기 전 계곡물이 흐르고 울릉군 공설운동장이 보이는 위치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노란 호박막걸리가 마른 목을 유혹한다. 호박의 향긋한 내음과 막걸리의 진한맛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간다. 이 힘으로 태하령 옛길을 오르고 있다.

 

태하항에서 나와 이곳 삼거리에서 태하령 옛길을 걷기 위해 좌측으로 들어섰다. 조금 올라가면 울릉군 공설운동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태하령 정상까지 시멘트 포장길이다. 이곳을 걷기 위해서는 학포항, 수층동, 구암마을 바닷가 구경을 포기해야 한다. 태하령 정상은 496m 바다가에서부터 오르는 이 높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힘든 오름이었다.

길은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어 멋은 없지만 주변의 숲이 상큼한 공기를 내뿜어 기분이 너무 좋았다. 등허리에 땀을 흠뻑 적시고 나니 정상바로 아래 계곡물이 흐르는 곳이 나타나 땀을 씻고 쉬었다 오르고 있다. 학포항 쪽으로 길은 터널이 두 곳이나 있는 것으로 짐작이 험한 바닷가길을 만들기 힘들어서 조금 편하게 넘어갈 수 있는 이 태하령길이 유일한 둘레길이었을 것이다. 태하에서 남양까지는 7km다

 

여기가 태하령 정상부근 삼거리이다. 좌우로. 토사 경사면이라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인공으로 축대를 쌓은 모양새가 보기 흉하다. 이곳을 넘어 좁은 산길 등산로로 들어섰다. 오래된 고목 살림들과 산죽 다양한 나무종들이 울창하게 우거져있다. 산길을 1km 정도 걸으면 남양으로 내려가는 포장도로를 만나게 된다.

 

아침에 천부항에서 출발해 남양까지 많이 걸어왔다. 울릉도는 울릉읍, 북면, 서면으로 행정구역이 나뉘어있다. 성인봉을 중심축으로 동쪽과 저동 도동이 울릉읍이고 북쪽해변이 북면 서남쪽이 서면이다. 서면 남양리 해변에 도착해 이곳에서 야영을 할 것이다. 전에는 해수욕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는데 무슨 태풍이 지나간 뒤로 해수욕장이 폐쇄되어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어 샤워도 할 수 있고 바다를 바라볼 수도 있는 좋은 위치에서 야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건너편 방파제에 올라 남양리의 풍경을 바라보면 너무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구암터널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남근바위, 사자바위, 투구봉등 기암절벽이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고  2시 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오르면 성인봉에 도달할 수 있는 위치다. 오늘 하루는 바다가 갈매기들이 파도를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앉아있는 모습을 감상하며 텐트 속으로 들어가 피곤한 몸을 꿈속으로 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