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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왜 그럴까? 2023. 7. 4. 12:40

2023년 7월 3일

33도 후덥지근한 날씨 걷기를 포기할 수 없어 오늘도 집을 나서 뒷동산 원미산코스를 선택해 걸으라 시킨다. 마음이!
절골 약수터는 집에서 3km 지점이다.
후덥지근한 날씨 습도가 장난이 아니다.
3km를 걸으면 약수터를 만난다. 온몸이 땀에 젖어 약수터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 받아 머리통 담글 생각을 하며 약수터에 들어섰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이끼 낀 물받이 돌통을 빡빡 문지르고 계셨다.
먹지도 못하는 물인데 왜 그렇게 깨끗하게 청소하세요?
내가 일 년에 한 번씩 봄에 청소를 하는데 올해는 늦어져 지금 청소를 하네요
좋은 일 하시네요
호스를 연결해 대야에 물을 받아 놓으셔서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청소하는 중에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해놓으셨다. 대야에 머리를 박고 시원함을 만끽하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아랫동네 사세요?
신월동이요
생각지 못한 답변이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인사 외에 할 말이 없었다.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해주는 풍경이었다.
MTB를 탈 때 산에서 걷기를 수없이 하면서 약수터를 이용했는데 저곳을 한 번쯤 청소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편하게 이용할 줄만 알았지 고마움을 표현할 줄 모르는 인간이었다.

시원함 고마움 감사함을 생각하며 작동 여월마을을 지나고 원미산으로 들어섰다. 아내에게 가볍게 걷고 오겠다고 했는데 더위에 힘든 걷기가 되었다.
어제 자전거 타고 서울대 가서 관악산을 올랐는데 근육이 뭉쳐있어 풀어줘야 할 것 같아 원미산코스를 택해 걸었다.
원미산 능선길은 요즘 공사판이다.
체육시설을 재 설치하느라 온통 파헤쳐져 있다.
정상에서 내려와 쉼터를 통과하고 춘덕약수터에서 다시 한번 시원한 물을 머리통에 끼언고 그대로 걷는다.
여름에는 이 맛이야!
와룡산 부천향토유적숲길을 따라 걷다 서서울 학교로 가로질러 매봉산으로 올라 걷기를 마쳤다.
가볍게 걷고 온다더니 이게 가볍게 걷는 거야!
당신은 미쳤어!
이 더위에 죽을라고 환장했어!
아내의 잔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좋다 아내의 잔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