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백두대간종주(하늘재-저수령)
하늘재-저수령
첫 번째 백두대간
2000년 4월 30일
하늘재-저수재 32km
미륵리 8:20-하늘재 8:45-포함산 9:25-사거리 이정표 10:00-938.3봉 10:20-1032봉 11:50-부래기재 12:30-대미산 13:00-샘터 13:15-헬기장 13:30-차갓재 15:05-황장산 16:15-폐맥이재 17:00-926봉 17:55-벌재재 18:15-문복대 19:25-저수재 20:10
전날 편도 일만하는 일정표여서 출근할 때 대간산행 준비를 해 출근하고 대전에서 상행열차를 타고 조치원에 도착했다. 2시 30분 충북선 아침 첫차를 타기 위해서다. 역전 여관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6:15분 제천행 첫차에 몸을 실었다. 준비해 온 두 개의 도시락 중 하나를 꺼내 열차 안에서 아침을 먹었다. 충주역에 7:35분에 도착 역전으로 나왔다. 몇 차례 충주역에 와 봤지만 충북선 복선공사를 하면서 시외곽에 역을 만들었는데 몇 년이 지나도 역전은 황량한 벌판이었다.
역 앞에는 몇 대의 택시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버스를 탈까 생각도 했는데 언제 올지 몰라 택시를 타기로 마음먹고 미륵리까지 택시요금을 흥정했다. 20000원 받는데 2000원 깎아주겠단다. 더 깎아달라고 했는데 안 된단다. 오늘 대간산행은 32km를 하루에 걸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충주시내 외곽으로 돌아 충주호를 지나고 월악산아래 도로를 따라 미륵리 입구로 들어섰다. 지난번 하늘재-이화령구간 산행을 시작할 때 하늘재를 찾지 못하고 월향삼봉으로 올랐던 곳이다. 택시에서 내려 하늘재길을 찾아 산행이 시작되었다.
입구에 붙어있는 플래카드에 산불방지 입산금지기간이 5월 31일까지다. 요즘 산불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강원도 백두대간구간 중 동부능선이 산불로 많이 타버려 생태계복원 문제로 논쟁이 뜨겁다. 자연복원이니 식재복원이니 2년 전 고성산불지역 연구등 여러 가지 예를 들며 자기들의 주장이 옳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8시 45분 하늘재에서 대간산행은 시작되었다. 10여분 올라서면 하늘샘이 있다. 계곡물을 버리고 다시 물통에 물을 채우고 포암산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벌써 등허리에 땀이 흐르기 시작헀다. 오늘산행은 처음부터 여유를 부릴구간이 아니다. 도상거리가 32km다. 시간당 쉬지 않고 3km를 걸어야 해 떨어지기 전에 저수재에 갈 수 있다. 초입부터 급경사 암릉이 앞을 가로막는다. 숨을 몰아쉬며 포암산에 올라선 시각은 9시 25분 쉬면서 지난번 다녀왔던 하늘재-월향삼봉 줄기를 바라보며 지나왔던 대간길들이 머릿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 한계령-451번 도로구간, 설악산 죽음의 계곡 우측대간길, 삼수령지나 북으로 평범한 등산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었던 구간, 이어지지 않았던 구간들이 머릿속에서 뱅뱅 돌고 있다.
10시 10분 만수봉 궁궐 대미산 포암산 사거리 이정표를 뒤로하고 빠른 걸음으로 938.3봉을 향해 오르고 있다. 844봉-1032봉을 지나 부리기재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1115봉의 대미산을 향해 올라가는 중 20여 명의 대간꾼들과 마주쳤다. 반갑다는 인사를 나누는 중 남녀 두 분이 앞서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주었다. 홀로 산행 중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겁고 재미나는 일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미산 정상에 올라섰다. 연인처럼 보이는 두 사람을 정상에서 만났다. 사진을 한 장 찍어주겠단다 고맙습니다 포즈를 멋있게 취해본다. 주소를 적어주고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산악회에서 인증숏을 해와야 대간종주를 인정해 준다고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지나온 구간을 인증사진 찍는다고 했다. 대미산,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능선의 모습을 잘 표현해서 지은 산명인 것 같다. 악하지 않고 순하디 순한 시골농부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시골아낙네의 젖가슴이라고 하면 더욱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1115봉과 1051봉의 모습은 어머니의 젖무덤 모습이었다. 마루금에서 조금 내려서면 눈물샘이 있다. 여기서 물을 보충하고 다시 올라서 1051봉 정상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온천지가 할미꽃밭이었다. 헬기장의 넓은 잔디밭이 온통 할미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복스런 하얀 털이 빨간 꽃의 모습을 살포시 감추고 있어 화려한 모습을 미안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밥 한 통 묵은 김치 몇 쪽으로 식사를 하는 중 대미산에서 사진 찍어주었던 연인이 앞질러 간다. 20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떠날 준비를 한다. 내 평생 할미꽃이 만발한 꽃밭에서 식사시간이 또다시 있을까. 어디에서 어느 누가 이런 자연의 꽃밭에서 수십 송이 할미꽃의 절을 밭으며 식사를 할 수 있겠습니까. 밥 한 덩이에 총각김치 몇 쪽이지만 어느 호텔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는, 멋있는, 아름다운 점심시간이었다. 산을 사랑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절하는 할미꽃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826.4봉을 서서히 올라서고 있다. 다시 연인을 만났다 차갓재에서 귀가할 것이란다. 또다시 인사 나누고 차갓재를 향해 내리막길을 무서운 속도로 내려섰다. 고압선 철탑을 지나 계속 내리막이 이어지고 마지막 고갯마루에서 황장산을 바라보니 갈길이 캄캄하고 힘이 쏙 빠져버린다. 차갓재에서 15:05-15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도 먹고 물도마 신다. 이정표에는 황장산까지 1:40분 거리라고 표시되어 있다. 600에서 1077.4봉을 올라 채야한다. 대간산행에서 종종 있는 일이지만 근교산행에서는 하루산행코스만큼 되는 높이와 산행시간이다. 두 번씩이나 쉬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우측의 직벽 낭떠러지와 좌측의 완만한 능선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정상에 올라서 쉴 틈도 없이 대미산의 뒷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시간에 쫓겨 암릉릿찌구간을 통과한다. 황장산을 지나면서 문경시의 산북면 쪽 채석장에서 착암기 소리가 산행 내내 귀를 시끄럽게 했다.
폐맥이재 17:30분 926봉 17:55 헬기장을 지나 벌재재에 도착했다. 벌재재에 오면 휴게소가 있어 맛있는 것도 사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고 구제역 때문에 자동차에 바퀴소독하는 시설만 설치되어 있고 아무것도 없었다. 기대했던 것만큼 실망감도 컸다. 가자 저수재까지 ---
18:15분 벌재재를 지나고 계속 오르막이 이어지고 있다. 625봉에서 문복대 1076봉을 오라 채야하는 코스다. 해는 서산으로 사라지고 이제 백두대간의 마루금은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두 번의 휴식을 취하며 문복대에 올라섰을 때는 해냈다는 기쁨을 누구에게 전하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다. 순간 전화벨소리가 너무나 반가웠다. 영중이형으로부터 격려전화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걸어가면서 통화를 계속했다. 두려움도 있었고 외로움도 있었지만 한통의 격려전화 때문에 모든 것이 싹 사라졌다. 두 개의 봉오리를 넘어서면 임도가 나오고 한 개의 봉오리만 넘어서면 저수재에 도착한다. 계속내리막길이 이어지고 스틱 한 개와 나무지팡이 한 개가 마지막 힘을 내는데 힘을 보태주고 있다. 신단양역에서 막차를 탈 수 있을지 사실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늦어지면 새벽차를 타고 가면 된다 무사히 32km를 완주하느냐가 문제다. 마지막 임도에서 봉오리 하나만 넘으면 되는데 문제가 생겼다. 임도를 따라가다 보니 저수재가 아니고 소백산 관광 목장이 나왔다.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서면 저수재가 나온다. 화장실에서 땀을 씻고 재킷을 꺼내 입었다 갑자기 체온이 떨어졌다. 휴게소 주유소에서 혹시 오는 차를 얻어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트럭이 때마침 한대 주유소로 들어왔다. 단양까지 태워달라 부탁했는데 태워주겠다고 허락하셨다.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고맙습니다. 이미 트럭을 얻어 타고 가는 중 마지막열차는(20:30) 지나가고 말았다. 이런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 하면서 단양시내로 들어와 버스 타는 곳에서 내려 주셨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추위와 배고픔 무릎아픔 모든 악조건을 견디며 일단 버스로 제천까지 가기로 하고 버스에 올랐다(21:30)
제천에 도착해 늦은 저녁도 먹고 역대합실에서 대강 씻고 휴식을 취하려 하지만 대합실 의자가 너무 불편하다.
새벽 3:30분 차를 기다려야 한다. 여관에 들어가 편히 쉴 수도 있었는데 2만 원이 아까워 대합실 불편한 의자에 앉아 5시간을 기다리다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일기장에서 베껴옴)
두 번째 백두대간
하늘재-작은 차갓재
2007년 9월 27-28일
두 번째 백두대간
작은 차갓재-저수재
0000년 00월 0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