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6.백두대간종주(질매재-추풍령)

왜 그럴까? 2023. 2. 9. 20:46

2000년 7월 25일

우두령-추풍령

서울 -김천 (새마을호 6:00-9:00) 김천-추풍령 (택시 13000원) 9:30분 착

추풍령-바람재. 17.2km

단독종주

추풍령 9:30-눌의산 11:00-가성산 12:20-궤방령 14:00-중식 15:00-황악산 18:20-바람재 19:30

이 구간은 사진이 없다.위 사진도 승무중 김천숙소에서 쉬는 시간에 올랐던 사진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아침 첫차에 몸을 실었다. 피서철이 되어 휴가 순서표가 돌아왔는데 가족과 같이 보내지 못하고 홀로 백두대간으로 떠나는 마음이 썩 개운치 않다. 이미 아내에게 1박 2일 산에 간다고 24일 배낭을 꾸려 사무소에 출근했다. 사실은 2박 3일 25일 4:00시에 끝나 27일 22:00 출근하는 일정표로 시간이 많이 나는 순서다. 아내와 애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서울역에서 6:00시 새마을 열차를 타고 김천역에 9:00시에 도착 버스시간이 맞지 않아 택시를 타고 추풍령까지 올라갔다. 철길을 건너고 경부고속도로 지하도로를 지나 마을까지 가서 택시에서 내려 대간길을 찾아 헤매었다. 동네분들에게 물어도 대간길에 대해 잘 모르셨다. 포도밭을 지나 마루금을 찾아 산길로 들어섰다. 대간 표지기를 찾고 눌의산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몇 개의 헬기장을 지나고 눌의산을 올라 채는데 무척이나 힘들었다. 전날 밤일 때문에 잠을 자지 못했고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여름날씨가 더욱더 힘들게 만들었다. 11:00시가 돼서야 눌의산 정상에 도착했다. 743.3봉이지만 바람 한 점 없고 뜨거운 햇빛만 강하게 내리쪼이고 있다. 눌의산을 지나고 평탄길이 이어지고 경부선 철길과 거의 평행선을 유지하며 대간길이 궤방령까지 이어진다. 멀리서 추풍령을 오르는 열차의 힘겨운 기관차 엔진소리가 종종 들려오고 그 기관차소리가 지친 몸을 조금이나마 힘을 북돋아 준다. 장군봉 가성산을 지나온동안 너무 지쳐 버렸다. 그만두고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다. 질매재까지 가려했던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22.6km가 오늘은 너무 힘들겠다. 김천에서 출발할 때 물한 통 준비한 것이 전부였다. 궤방령에 샘이 있다는 지도표시만 보고 올랐다가 낭패를 보았다, 우측으로 가스시설이 있고 사무실 비슷한 건물이 있어 물을 구하러 갔으나 허탕이었다. 할 수 없이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을 밭아 올 수밖에 없었다. 궤방령 아스팔트 도로 위에 앉아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었다. 궤방령에서 대간표지기를 쫓아 오르기 시작했다 수로를 건너고 황학산을 향해 걷고 있다. 우측으로 목장이 있었는지 철조망의 경계가 있었고 지금은 폐목장으로 변해 있었다. 조금 더 올라서자 황학산 뒤쪽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능선길의 대간꾼을 약 올리면서 흐르고 있었다. 1111.4 고지를 오르기는 그렇게 슆지 않았다. 궤방령에서 떠난 시각이 15:00시 직지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날 때까지 잡목과 가시덩굴이 앞길을 막아서고 배낭을 잡아당기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코스였다. 직지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에서 황학산 정상까지는 황폐해진 등산로가 이어졌다. 18:00시경 황학산 정상의 푸른 초원이 나를 반겨주었다. 갈대밭 이름 모를 들꽃들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정상에서 잠시휴식을 취하고 서녘으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반겨주는 나리꽃을 뒤로하고 바람재 쪽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해는 서녘으로 떨어지고 어둠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하고 마음은 급하다. 오늘은 질매재까지 못 가겠다 일정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아뿔싸 바쁘게 내려가다 대간길에서 벗어나 10여분을 내려가다 되돌아오는 실수를 저질렀다. 30여분을 올라와서야 대간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시각은 19시를 지나고 있었다. 맞은편에 바라보이는 삼성산이 얄밉게 보인다 바람재를 지나면 좌측으로 고랭지 배추밭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대간꾼을 약 올리고 있다. 앉아서 대간길을 바라만 보고 있으면 저절로 대간길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걸어야 한다 지쳐도 가기 싫어도 힘들어도 더워도 땀 흘러도 가야 한다. 바람재의 널따란 헬기장에서 야영하기에는 안성맞춤 장소였다. 바람이 많아서 바람재일 텐데 바람 한 점 없고 맑은 하늘에는 여름밤의 이름 모를 별자리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물을 찾아야 한다. 우측 고랭지 채소밭이랑을 따라가다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발견하고 샤워도 하고 물을 떠가지고 올라왔다. 밥을 안쳐놓고 텐트를 치고 야영준비를 했다. 종일 김밥 라면으로 때웠는데 밥다운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루종일 흘린 땀 지친 육신 하지만 이틀을 더 걸어야 한다. 육개장을 끓여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계곡의 흘러내린 물이 아무래도 찜찜해 숭늉을 만들어 빈병에 채웠다. 편안한 밤이다. 무섬증이 들지만 배추밭이 있고 민가가 가까워서인지 심하지는 않다. 벌써 산속에서 홀로 잔경험이 화방재에서 대관령까지 4박 정령치에서 육십령까지 2박 7박째 홀로 자는 경험을 하고 있다. 내일 진행코스 지도를 들여다보다 깜빡 잠이 들었다. 무섬증도 잊어버린 채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