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 걷기
2025년 6월 16일
비가 내린다.
복잡한 심정 씻어주기라도 하듯 비가 내린다.
초록잎새 위로 무섭게 쏟아진다.
이름 모를 산새가 짖어댄다.
빗소리와 산새 울음소리가 아름답게 들린다.
자연은 아름다운데
세상도 아름답게 변하고 있는데
네 마음은 슬프다.
벗어나고 싶다.


벌써 장마가 시작되었나 보다 어제부터 우중층하던 날씨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비 온다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수만은 없다. 장마 중에도 틈새는 있다. 두세 시간 계속 쏟아지는 비는 거의 없다. 그리고 숲 속으로 들어가면 나무들이 비를 가려주기 때문에 우산이나 일회용 우비만 준비하면 충분히 걷기를 즐길 수 있다.
주변 상황이 좋지 않다. 아흔여섯의 어머니 암투병 중인 아내 아들의 직장 문제 걱정거리만 산적해 있다.
세상 맘 편한 게 최고인데 나의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슬퍼하고 주저앉을 수 없다.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초중학교 다닐 때까지 16년밖에 부모님과 같이 살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서울로 유학하고 직장생활 42년을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 퇴직 후 겨우 6년을 어머니 모시고 살다 아내의 건강문제로 다시 서울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답답한 마음 달래려 우중 산속을 걷는다.
단순한 문제인데 머릿속은 복잡하다.
동상이몽 진퇴양난이다.
빗발이 굵어져 우산을 쓰고 걷는다.
나뭇잎에 머물던 빗물이 왕방울 되어 우산 위에 떨어진다.
모든 생각 잊어버리고 자연 속으로 빠져버리고 싶다.
비가 많이 오는데 왕복 1.8km 무장애 데크길을 삼왕복 걷고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