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에 반하다.
월출이 좋아 또 오르다
2021년 1월 10일
연말부터 영하의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는 남도 땅
밤새 눈이 소복이 내려도 낯이면 다 녹아 없어진다.
이번 한파에는 눈이 녹지 않는다.
조금씩 계속 내린다.
창문으로 보이는 두억봉 흑석산 가학산 줄기를 하얀 눈이 뒤덮고 있다.
네팔의 5-6천 m 고산 트레킹 중 어느 로지 창밖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한파 중 세 번째 월출을 올랐다.
천황사 코스를 원점회기
천황사 코스로 올라 산성대 코스로 하산
산성대 코스를 올라 도갑사 코스로 하산
영하의 한파주의보에도 주말이라서인지 등산객이 제법 많다.
산 입구부터 아이젠을 착용하고 안전하게 산행을 시작했다.
천황봉의 북사면을 바라보며 오를 수 있는 코스다.
상고대와 눈꽃이 온산을 뒤덮은 풍경은 겨울산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데크계단의 암릉길이 소복이 내린 눈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주고 있다.
광암터 삼거리에 올라서면 보이지 않던 바람폭포 계곡과 사자봉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들어가지 말라는 능선 안부 적당한 포인트에 앉아 뜨거운 커피 한잔 마시면서 겨울산 감상에 푹 빠져
버렸다.
정상까지 500여 m 여기서부터는 눈꽃 터널이다.
많은 등산객들이 사진 찍느라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사이를 비집고 신속히 통과했다. 통천문을 지나면 북쪽 사면이다.
상고대와 눈꽃이 범벅이 된 풍경 나무들이 괴로워 보인다.
데크계단길을 한두 번은 숨 돌리기를 하고 올랐었는데 요즘 계속 걷기를 했더니 단숨에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에 오르면 항상 셀카 찍는 나만의 포인트가 생겼다.
정상 표지석 앞 바위에 올라 인증숏을 남긴다.
경포대 코스 남쪽 방향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이 좋은 포인트에서 점심을 먹으려 자리를 잡고 컵라면에 물을 붓고 준비 중인데 공단 직원이 올라오라고 난리법석이다. 위험한 곳이라 올라오라는 것이다.
자리 펴 버렸는 돼요
올라오세요 강압적이다
못 이기는 척 주섬주섬 챙겨 바람이 조금은 불지만 구정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쪽에 자리를 잡았다.
식사 후 도갑사 가는 쪽으로 걷다 향로봉 아래 바위 안부에 자리를 잡고 정상 풍경을 바라보며 남은 커피를 잔에 따랐다.
어디에서 왔는지 눈구름이 몰려와 천황봉 정상을 뒤덮어 버렸다. 변화무쌍한 날씨가 싫지 않은 풍경이다.
억새밭 가기까지 눈발이 날리면서 안개가 끼여 시야를 가려버렸다.
도갑사 계곡길 동백이를 만날 욕심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동백이가 좋다.
한겨울에도 동백의 푸르름이 좋다.
그 자리 그대로 지켜줘서 좋다.
변함없는 상록이 좋다.
동백과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도갑사에 도착했다.
도선국사 수미선사 비. 석조여래좌상. 오층석탑. 해탈문 문화재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둘러보고 산행은 마무리되었다.
오르면서 내려가면서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천황봉의 설경을 담아 봤습니다
동백이 좋아
동백이 좋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도갑사로 내려가는 길 1km 정도 남기고 동백이를 만날 수 있다.
계곡 주변에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다.
무척이나 동백이를 좋아한다.
사시사철 푸르름이 변하지 않는 모습이 너무 좋다.
세상을 바라보면서 굽힐 줄 모르는 절개를 지키는 사람 같아 좋다.
선홍빛의 꽃이 뚝뚝 떨어짐이 좋다.
키 큰 나무들 사이에서도 자리를 지킬 줄 알아서 좋다.
도갑사 문화재
국보제 50호 도갑사 해탈문
국보 제144호 월출산 마애여래좌상
보물제 89호 도갑사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1134호 도갑사 목조 문수. 보현 동자상
보물 제1395호 도갑사 도선국사 수미 선사 비
보물 제1283호 월출산 용암 사지 3층 석탑
이번 산행에서 만나보지 못한 문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