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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감악산

왜 그럴까? 2025. 2. 1. 15:57

2018년 11월 13일

 

감악산 가는 길

 

오류역에서 양주역까지(1:30분) 전철을 탔다(8:00-9:30). 먼 거리다 신도림에서 자리가 날줄 알았는데 아침 출근시간이라 아직도 서있는 사람이 많다. 노량진역을 기대해 본다 어라 몇 사람 안 내린다. 무릎이 서서히 중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다음은 서울역이나 시청역을 기대해 본다. 어라 서있는 위치가 틀렸나 보다. 자리에 앉은 사람의 관상을 잘 보고 앞에 서있어야 하는데 아무 곳이나 대강 서있으면 양주까지도 앉아 갈 수 없다. 종로를 지나면서 내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났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전화기를 뒤적인다 와이파이가 잘 연결되지 않는다. 전화기를 집어넣고 책을 꺼낸다. 집중이 되지 않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도봉산 선인봉이 차창밖으로 보인다. 언제 봐도 멋진 풍경이다. 전철 안이 한가해졌다. 외국인노동자들과 등산복장의 손님들이 많이 보인다.

 

양주역 안내 방송소리를 듣고 배낭을 챙기고 잽싸게 내린다. 역사 내 가계에서 김밥 한 덩이와 빵 한 개를 사서 배낭에 쑤셔 넣고 사장님께 물었다.

 

감악산 버스 어디서 타요?

 

“길건너서 25번이나 25-1번타세요”

 

고맙습니다.

 

버스 안내 방송소리를 들으며 메모를 하는 동안 감악산 입구 안내 방송이 나온다. (9:35-10:25)

 

 

감악산

 

감악산은 675m로 파주 양주 연천 세 개군에 인접해 있고 정상에 오르면 북으로 임진강의 물줄기를 내려다볼 수 있고 강의 건너편은 대부분 민통선 지역인데 이곳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서북쪽으로 멀리 개성의 송악산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경기 5악중의 하나로 산 어디를 가나 돌이 많고 숨어있는 암벽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산이다.

 

감악산 출렁다리와 운계폭포

감악산 출렁다리 입구 안내방송이 나오자 서둘러 내렸다. 이곳에 와 본지는 수십 년은 된 것 같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출렁다리로 오르는 데크계단을 따라 오르는데 벌써 내려오는 할머니들이 계셨다. 부지런도 하셔라. 잣나무 숲길에 깔아진 야자매트길을 따라 10여분을 오르면 출렁다리를 만나게 된다. 위쪽 주차장에서 오르면 전망대를 거쳐서 출렁다리로 오를 수 있는 길이다. 전망대에 올라 출렁다리 풍경을 한컷 남기고 출렁다리로 돌아와 다리를 건넜다. 가을이 지나 골짜기마다 낙엽만 수북이 쌓여있는 풍경이고 삭막해지는 겨울풍경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일인데도 등산객보다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인 것 같다. 출렁다리 밑으로 371번 구도로가 지나간다.

단풍철에 왔으면 멋진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때 왔으면 바글거리는 사람에 치었을 것이다. 지금의 풍경도 괜찮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데크길이 법륜사까지 이어진다. 계곡의 풍경이 을씨년스러운 겨울초입의 풍경이지만 낙엽이 많아 만추의 풍경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협곡옆으로 데크길을 따라가면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진다. 짧게 한번 떨어지더니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듯 용이 용솟음치듯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오르는 듯 흘러내리는 운계폭포의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조그마한 소를 만들어 내고 그 아래로 흐르는데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길이 외로운 등산객을 위로해 주듯 흘러내린다.

 

법륜사를 지나 산을 오르다.

 

운계폭포 바로 위에 법륜사라는 사찰이 있다. 부처님의 삶이야 존경할 수 있지만 스님들의 삶은 존경할 수 없는 게 저의 마음이다. 계절적으로 스산하고 어지러운 풍경을 잡아주고 마음을 정리해 줬으면 좋겠는데 왠지 사찰의 풍경에서 조용하고 깨끗하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풍경은 찾을 수 없었다. 사찰의 좌측길을 따라 윤계 전망대 쪽으로 걸었다. 출렁다리와 감악산의 정상능선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운계능선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전망대를 지나가는 길이었다. 다시 법륜사로 돌아와 계곡 등산로를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스님들의 무덤 부조탑을 지나 묵은 밭 만남의 장소 숯가마터를 따라 오른다. 계곡길은 너덜 돌밭이다. 낙엽이 돌을 뒤덮고 있는 풍경이 늦가을의 쓸쓸함을 더해주고 있다. 8부쯤 올랐을 때 좌측으로 멋진 암벽이 나타났다. 암벽등반을 하는 등반가들에게는 연습하기에 딱 좋은 장소일 것 같다. 암벽에 볼트가 박혀있는 것으로 봐 이미 많은 등반가들이 다녀간 모양이다. 뒤로하고 정상으로 올라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군 통신시설과 넓은 운동장이다. 주변에는 높은 산이 없어서 조망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내 눈에는 일본만화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고롱이와 미롱이, 고증되지 않은 몰자비, 빗돌대왕비, 설인귀사적비, 진흥왕순수비라고 부르고 싶은 민판비석이 서있다. 고증되지 않고 알 수 없으면 그냥 돌덩이일 뿐 여기에 무슨 이름을 붙이고 싶은 것도 인간의 욕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추억 먹고 하산

 

정상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말없이 흐르는 임진강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가깝게 보일줄은 몰랐다. 이 지역에서 군생활을 하신 분들은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예전에는 휴전선의 가까운 곳 산들은 민간인이 맘대로 통행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경기도 지역에서 임진강 북쪽으로 들어갈 수는 더더욱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임진강 따라 서에서 동으로 이어지는 37번 도로를 한겨울에 포천 명성산에 있는 승진사격장으로 합동훈련하러 전차를 타고 달렸던 길이다.

 

한겨울 전차 임진강 도하훈련 전 지형정찰 중 수심을 알아보기 위해 대대장님이 부사관이상 간부들을 데리고 그 추운 겨울에 임진강을 건너는 영화 같은 이야기가 있는 곳이 임진강이다. 밤새도록 추억을 이야기해도 끝이 없을 것 같다. 추억 먹기는 그만하고 운계능선길을 하산코스로 택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팔각정자를 지나고 까치 형상인지 까치가 많은 산인지 암릉길이 이어지는 까치봉을 지나고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 우측으로 갈림길을 두 번 정도 만나는데 법륜사 가는 이정표를 따라가면 출렁다리로 내려가는 대는 문제가 없다.

 

산행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울에서 하루코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산행하기에 딱 좋은 산이다. 운계능선을 따라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영국군기념비 마지막 갈림길을 지나면 운계전망대를 거쳐 법륜사로 내려가게 된다. 올랐던 길을 다시 한번 구경하면서 출렁다리를 지나 주차장으로 내려섰다.

 

추억의 귀갓길

 

양주역으로 갈 것인가 문산역으로 갈 것인가 고민하다 문산역으로 결정했다. 서울 동부지역에 사신분들은 양주역으로 서부지역은 문산역으로 가시는 것이 편리하다.

 

25번 버스 감악산 출렁다리 입구-적성( 5분) ,

95번 버스 적성-문산역( 30분)

95번 버스를 타고 나오면서 버스 안내멘트가 생소하지 않고 정겨운 지명이 나온다. 1979-81년 3년 동안 청춘을 보냈던 동네들이다.

 

파평면 샘내 눌노리 장파리 금파리 선유리 무지 반갑고도 정겹게 느껴진다. 전차를 달리면서 ATT훈련했던 곳 눌노천, 임진강변 진지에서 추운 겨울 6개월을 보냈던 고랑포, 대대에서 떨어져 나와 생활했던 눌노리, 전차포 사격장이 있던 파평산, 늦가을 겨울나기 준비를 위해 싸리작업 다녔던 주변산들, 주말이면 외출 나와 즐겼던 문산읍의 지명이 정겹네요. 양주로 가지 않고 문산 쪽으로 발길이 끌리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군대생활 3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마을버스 승차가 재미나네요.

 

문산역-오류역 1:40분 걸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