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영산강 달리기(영산포-목포) 그리고 고향
강 따라 물 따라
하구에서 발원지까지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영산강 라이딩 영산포에서 목포까지
2018년 9월 19일
어제 먹다 남은 송편과 과일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먹었다.
창문을 열어보니 날씨가 잔뜩 흐려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니 강 따라 물 따라 달리고 싶어진다. 준비를 마치고 영산교 남단을 건너 달리려 하는데 눈에 보이는 것은 등대
강가에 웬 등대!
여기는 영산포구다.
세금을 걷어 보관했던 영산창 이야기, 일제강점기는 수탈의 거점이 되었던 도시 이야기, 그리고 흑산도 목포에서 배에 싣고 오던 시간 때문에 자연발효되어서 만들어진 생선 홍어 이야기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는 도시다.
1973년 서울행 완행열차를 처음 탔던 곳이 영산포역이다.
추억 더듬기는 그만하고 달리련다.
목포까지 67.5km 8:00시쯤 달리기는 시작되었다.
얼마 달리지 않아 만봉천 때문에 길이 헛갈렸다. 만봉천합수부 넓이가 만만치 않아 본류인지 지류인지 강만 쳐다보면 헛갈린다. 안내표지와 도로에 그어져 있는 푸른색을 쫓아가면 된다. 그 구간을 지나면 죽산보를 만나게 된다. 수문에 걸려있는 쓰레기를 쳐다보니 화가 난다.
죽산보 주변은 강둑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방목들 옥곡들 세산들 밭들 다구들 뒷잔등들 앞내들 앞들 이 많은 들녘이 강변의 슾지로 남아 있었을것 같다. 강줄기 옆으로 호수가 하나 있었을것 같은 특이한 지형이 형성되어 있다.
죽산보를 뒤로하고 강둑길을 달린다. 지루하리만큼 주변의 경치는 밋밋하다 좌측언덕 위에 나주영상테마파크를 쳐다보면서 지나간다. 들녘에는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강에서는 종종 큰 물고기의 텀벙거리는 소리 천변 풀숲에서 이름 모를 조류들이 불청객의 방문이 달갑지 않아 비행하는 풍경을 벗 삼아 달린다.
느러지전망대 오르기 전 휴식을 취하면서 우회 안내표지판을 익히고 동강면과 몽탄면의 지형 때문에 멋진 S자를 그리며 흘러가면서 한반도 지도를 만들어 놓고 흘러가는 풍경을 구경하고 가기 위해 느러지 전망대길을 택해 오르기를 시작했다. 업힐구간은 그리 길지 않아 이 구간을 지나실 때는 꼭 올라보시기를 권장합니다.
강물이 S커브를 멋지게 그리며 흘러가는 물줄기와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대한민국 어디의 한반도지형보다 멋지고 아름다운 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지루해진 달리기를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느러지 전망대를 내려와 아쉽게도 영암군쪽은 자전거길이 연결되지 않아 몽탄대교를 건널 수밖에 없었다. 영암 백룡산에서 흘러내리는 삼포강, 영암 월출산에서 발원한 영암천이 합수되는 지점을 통과해보고 싶었는데 반대쪽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부터는 목포까지 우측강둑길을 달리게 되었다. 강둑에서 달리면서 바라본 강줄기는 강인지 바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의를 입어야 될 정도로 비줄기가 커졌다.
남창천을 건너기 위해 합수지점에서 상류 쪽으로 올라 다리를 건넜다. 주변은 아파트공사가 진행 중이라 강둑으로 바로 접근할 수 없어 남악 도심길을 달리다 한식뷔페에서 점심을 배불리 먹고 강둑 자전거길을 찾아달렸다. 옥암수변공원길로 들어가 강둑길로 올라섰다.
영산강하구둑 삼호대교가 가깝게 보인다. 빗줄기는 더 굵어진다.
삼호대교 목포 쪽에서 강 따라 물 따라 하구에서 발원지까지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달리기는 여기서 마치고 고향집 찾아가는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삼호대교 위를 달리는데 거세지는 빗줄기를 뚫고 삼호대교를 건너자 빗줄기는 잦아들었다.
2번 국도를 포기하고 농업박물관 옆길 나불도길을 쫓아 영산강 영암 쪽 둑길로 올라서 달린다. 이곳은 자전거길이 없다. 일반농로로 이용하는 길을 지도를 검색하며 달렸다. 영암호와 연결된 수로교를 넘어 고향마을 앞 하천 망월천이 영산강과 만나는 합수지점을 바라보고 둑에서 내려와 농로를 따라 달리다 무화과 밭사이로 길이 있어 따라갔는데 더 이상 길이 이어지지 않아 되돌아나와 지도 검색을 하고 망월천을 건너 49번 지방도로 올라섰다.
매월리 석포 은덕 신덕 광산 영흥 귀에 익은 마을 이름들이다. 중학교 동창들이 한두 명씩 살았던 마을들이다. 남해선 철길공사현장을 지나고 남해고속도로 아래를 달려 낚지의 고장 독천으로 달린다. 고향의 품으로 들어왔다. 졸업 후 처음인 것 같다. 중학교정문에서 학교를 바라보며 옛 추억을 더듬어 생각에 잠겨본다. 뒤돌아나와 3km만 달리면 고향마을에 도착한다. 3년을 걸어서 통학했던 구 2번 도로를 달린다. 대초지 계천마을을 지나고 벼락바위를 돌아서면 고향마을 초안이다. 황금들녘에는 벼들이 춤을 추고 멀리 월출산의 암봉이 보이는 동네 내 고향 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