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산-청우산 1박2일
2012년 4월 12일-13일
강재. 이성. 최봉. 나
산을 가고 싶을 때는 빨리 떠나야 한다. 망설이지 말고 망설이면 병이 생긴다.
겨우내 산다운 산을 가보지 못했다. 병이 도졌다. 설악 함백 치악을 다녀오고 산불 때문에
통제하는 구역이 많아 산을 가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동료의 발병이 나에게 옮아 산으로 가게 만들었다.
군청에 문의해 보니 통제하지 않는다 해서 부랴부랴 계획을 세워 배낭을 챙겨 길을 나섰다.



청량리-가평-명지산-연인산-매봉-대금산-청우산-청평-청량리
명지산을 와본 지 3년이 지났다. 산입구 주차장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오르기로 맘먹고 식당으로 들어가 두부전골로 점심을 때웠다. 음식맛이 별로였다. 물가탓하기는 너무 비싼 밥값이다. 7000원이나 내고 막걸리 한 병에 4000원이나 했다. 뒤로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좌측으로 5km의 긴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산행의 첫발을 가볍게 맞아주었다. 집을 나설 때는 산에 이미 많은 새싹들이 돋아나 푸른 산을 기대했었는데 명지산은 아직도 한겨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청량리-가평은 열차를 이용했다. 전철이 개통되고 많이 편리해졌다. 옛날에는 한 시간에 한대꼴로 다니는 무궁화열차를 이용했는데 지금은 일반전철, ITX청춘열차가 생겨 아주 편리해졌다. 청량리에서 ITX청춘열차를 타고 가평에서 내려 역 앞에서 택시로 명지산입구까지 갔다. 택시요금은 27000원 정도 나왔다.








11시경 점심을 먹고 출발했는데 14시 30분경에 정상을 밟았다. 북쪽사면은 아직도 눈이 많이 쌓여있었고 오후 들어서면서 몹시 강하게 바람이 불어대기 시작했다. 1267m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1468m의 화학산이 안갯속에 희뿌엿게 동북쪽으로 자리 잡고 있고 좌측으로 석룡산 정북으로 국망봉 서쪽으로 강씨봉이 자리 잡고 있다
산을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절 90년도 초 경기도일원을 헤집고 다녔던 일이 생각난다.
강씨봉밑으로 한북정맥의 줄기를 따라 청계산 운악산줄기가 이어져 내리 뻗어있다.



명지산 1봉 2봉 3봉을 지나 안부에서 바람을 피해 간식을 먹고 아재비고개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
3봉 바로 옆 백둔봉이 위용을 자랑하며 하얀 바위의 둔덕을 자랑이라도 하듯 장엄하게서 있다.
백둔봉은 백둔리 계곡에서 직진으로 올라서면 아재비고개로 올라서기 때문에 버스종점에서 우측 희미한 등산로를 찾아 올라서야 백둔봉으로 올라설 수 있다. 백둔봉과 명지 3봉을 뒤로하고 아재비고개로 내려서기 전 귀목고개로 내려서는 삼거리를 지나 급경사면을 따라 아재비 고개로 내려왔다.

바람꽃말:덧없는 사랑.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아재비고개에서 연인산으로 오르는 길 연약하고 가날퍼보이는 하얀 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는 꽃명을 몰랐는데 옆친구가 바람꽃이란다. 그럴듯한 이름이다. 어쩜 이름과 꽃의 차림새가 그렇게도 잘 어울리는지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꺾일 것 같은데도 심하게 떨면서 꺾이지도 않고 잘 버텨내고 있었다. 아직도 명지산은 한겨울인데 그 속에 핀 꽃의 자태는 아름답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시간의 흐름, 계절의 변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연인산의 전설 (연인산의 아홉 마지기 유래)
경기도 가평균 한가운데 자리 잡은 산이 하나 있다. 연인산이다.
이 산에 올라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옛날 길수가 사랑하는 처녀가 있었다. 김참판 댁 종으로 있는 소정이었다. 소정은 원래 종은 아니었지만 흉년을 넘기기 위해 쌀을 꾸어다 먹은 게 화근이 되어 김참판댁에서 종처럼 일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길수는 일 년에 서너 번씩 김참판 댁으로 숯을 가지고 오면서 소정을 만나게 되었고 서로 외로운 처지임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한 번은 길수가 숯을 져 오다가 눈길에 넘어져 김참판 댁에서 병 치료를 하게 되었다. 꼬박 열흘을 누워 있으면서 길수는 어떻게 하든 소정과 혼인하기로 마음먹고는 김참판에게 소정과 혼인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자 김참판은 길수에게 조 백가마를 내놓던가 아니면 숯 가마터를 내놓고 이 고장을 떠나 살면 허락하겠다고 한다. 삶의 터전을 내줄 수 없어 고민하던 길수는 결국 조 백 가마를 가져오겠노라고 약조를 하고 만다. 하지만 가진 게 없는 길수가 조 백 가마를 마련할 길이 없다. 고민하던 길수는 우연히 연인산 꼭대기 바로아래에 조를 심을 수 있는 커다란 땅이 있음을 알게 된다. 기쁨에 들뜬 길수는 그곳에서 밤낮으로 밭을 일궈 조를 심을 아홉 마지기를 만든다. 아홉 마지기는 조 백가마도 넘게 나오는 아주 넓은 밭이다. 길수가 심은 조는 무럭무럭 자라 이삭이 여물어가기 시작하고 길수와 소정의 꿈도 함께 익어가면서 둘은 함께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다. 하지만 처음부터 소정을 줄 마음이 없던 김참판은 길수를 역적의 자식이란 모함을 한다. 갑자기 들이닥친 포졸들로부터 가까스로 도망친 길수는 더 이상 이곳에 살 수 없다는 생각으로 소정과 함께 도망가고자 소정을 찾아간다. 그러나 소정은 길수가 역적의 누명을 쓰고 잡혀갔다는 소문에 그만 삶의 희망을 잃고 남은 생을 포기한 뒤였다. 소정의 시신을 안고 아홉 마지기로 돌아간 길수는 자신의 희망이었던 조를 불태우며 그 안으로 뛰어든다. 이때 죽었다던 소정이 홀연히 아홉 마지기를 향해 간다. 다음날 아침 마을 사람들이 올라가 보니 두 사람은 간 곳 없고 신발 두 켤레만 놓여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신발이 놓여 있는 자리 주위에는 철쭉나무와 얼레지가 불에 타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지금도 봄이면 연인상 정상에는 얼레지꽃과 철쭉꽃이 눈부시게 피어오르고 있다. 연인산에서 사랑을 기원하면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두 길수와 소정의 영혼이 아홉 마지기에 영원히 남아 이곳을 찾는 연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힘을 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연인산은 옛날 길수와 소정이의 애틋한 사랑이 얽혀있고, 근래의 화전민들의 애환을 간직한 채 가시덤불로 덮여 있던 무명산(無名山)이었으나, 1999년 3월 15일 가평군 지명위원회에서 산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옛날 이곳에 주인공이 된 선남선녀와 같이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소망을 기원하기 위하여 "연인산(1068m)"이라 이름 지어졌습니다.
# 아홉마자기에서 조 백가마?
이야기를 조금 바꿔야 되지않을까 생각해본다






연인산장에서 1박
야영하기 위해 야영장비를 준비해 갔는데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생각지도 않았던 산장이 있다 해서 갑론을박 끝에 산장에서 자기로 결정했다. 공식적인 산장은 아닌 것 같고 비상시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인 것 같다.
연인산 정상에서 500여 m를 내려서면 안부에 조그마한 목조건물로 지어진 대피소가 있다.
일박할 계획으로 산행을 시작해서 적당한 위치 시간적으로도 적당한 지점이었다. 대피소에 들어서는 순간 욕부터 나왔다. 너부러져있는 쓰레기, 정리되지 않은 주변, 축제 때 사용한 집기들, 관리되지 않은 난로 등등 모든 게 제대로 되어있는 것이 없었다. 잠시 주변청소를 해야 할 것 같아 마대자루를 들고 쓰레기 수거작업을 30여분 했다. 대강정리가 되고 주변이 깨끗해지자 기분이 상쾌해졌다. 산에서 보내는 밤의 정취와 운치를 마음으로 느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밤이 깊어갔다. 난롯불이 제대로 피지 않아 연기에 괴로움을 당하면서도 따뜻함 때문에 참으면서 난롯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아침이 되어 밥을 해 먹고 떠나기 전 일박의 대가로 주변 쓰레기 줍기를 한번 더 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대피소를 뒤로하고 떠날 수 있었다.






복수초
꽃말 -동양영원한 행복, 서양 - 슬픈 추억복수초
미나리아재비과(―科 Ranuncul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
뿌리줄기는 짧고 굵으며 흑갈색의 잔뿌리가 많아 수염뿌리처럼 보인다. 잎은 어긋나고 깃털처럼 갈라지며, 잎자루 밑에 녹색 턱잎이 있다. 4월 초에 노란색 꽃이 잎이 활짝 벌어지기 전에 피며 지름은 3~4㎝쯤 된다. 꽃받침잎과 꽃잎이 많으나, 꽃잎이 더 길며 수술과 암술도 많다. 열매는 수과(瘦果)로 익고 경기도 이북 지방에서 흔히 자라고 있다. 봄이 되어 눈이 녹기 시작하면 꽃을 피운다. 북쪽 지방에서는 눈 사이에 피어난 꽃을 볼 수 있으므로 눈색이 꽃이라고 도 부르며, 중국에서는 눈 속에 피어 있는 연꽃이라 하여 설연(雪蓮)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른 봄에 노랗게 피어나는 꽃이 기쁨을 준다고 해서 복수초라고 한다. 배수가 잘 되는 부식질 토양에서 잘 자라며 봄에 꽃이 필 때는 해가 잘 비쳐야 하나 꽃이 지고 나면 나무 그늘 밑에서도 잘 자란다. 뿌리는 밑으로 곧게 자라 해마다 층(層)을 이루며 층과 층 사이에는 숨은 눈[隱牙]이 생긴다. 이 눈을 잘라 심으면 쉽게 번식하지만 씨를 뿌리는 경우에는 꽃이 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뿌리나 줄기 등에 아도니톡신(adonitoxin)이 들어 있어 한방에서 강심제 및 이뇨제로 사용된다.
매봉에서 깃대봉사이 눈밭에서 피어나는 복수초꽃이 지천에 널려있다.
너무 예뻐 으스러지도록 꼭 쥐어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지난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는데 그 추위를 이겨내고 아름답게 사랑스럽게 피어났다. 추위의 고통뒤에 오는 기쁨이라고나 할까. 자연의 위치가 인생사 삶의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혹여 밟히지나 않을까 한 발짝 내딛는데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여기 군락지에 앉아 꽃을 감상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등산객---
언제쯤 자유롭게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이런 곳에 앉아 자연을 감상할 수 있을까. 그럴 날이 오겠지---






대금산에서 청우산으로 가는 길 불기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으로 올라서야 하나 이제 힘이 다소진됐다. 800여 M를 임도를 따라 편하게 걸었다. 임도가 끝나고 청우산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마지막 간식을 먹고 힘을 내본다. 마지막 봉우리 청우산이다. 정상에 올라서 덕현리로 내려서면 산행이 종료된다. 마지막힘을 조절하며 619M 청우산에 올라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