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바래봉
바래봉
2013년 5월 14일
산악회 정기산행 21명 참석
요즘 건강이 재산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안나 트레킹, 축구회 모임 후 허리 통증으로 한 달여를 쉬고 치료했는데도 몸이 좋아지지 않는다. 망설이다가 짧은 산행이어서 산악회 정기산행으로 바래봉을 간다기에 따라나섰다. 장거리 버스이동을 해야 하고 1000 고지를 올라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천천히 오르기로 맘먹고 몸상태를 시험해보려 한다. 바래봉은 지리산 성삼재에서 백두대간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만복대-정령치-고리봉-세걸산-바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일명 태극종주코스라고 불리기도 하는 태극의 북쪽 부분이기도 하다. 바래봉에서 정령치구간은 두 차례 산행경험이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이코스의 가장매력적인 부분은 지리산 주능선의 파노라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노고단-반야봉-명선봉-덕평봉-영신봉-천왕봉-중봉-하봉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코스다. 날씨가 맑아 지리산의 북쪽계곡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고리봉에서 갈라져 북으로 급격하게 내리 뻗은 대간길도 한눈에 들어온다. 북으로 뻗은 백두대간과 지리산 바래봉능선이 감싸고 있는 주천, 운봉의 들녘이 마냥 평화롭게 펼쳐져 있다.
바래봉 철쭉제 축제기간이라 산입구에 천막을 쳐놓고 장사하시는 분들의 호객에 끌려 점심을 여기서 먹고 올라갔다.
주차장에는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주차되어 있고 등산로는 사람들이 많아 장터를 방불케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 오랜만에 야외로 나와서인지 즐거운 표정들이시다. 나무밑에서 정겹게 도시락을 잡수시는 분 술에 취해 춤을 덩실덩실 추시는 분 노래를 구성지게 부르시는 분 사람구경이 재미났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그림은 부부가 다정히 손잡고 산행을 하는 모습이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느낌이다. 나 자신을 생각게 하는 풍경이었다.
꽃은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 그래도 멋있었다. 시기를 맞춰 온다는 게 여러 가지로 힘든 것 같다. 1000m 위의 철쭉이 만개하려면 이달 말쯤이 적기일 것 같다. 아쉽지만 그런대로 푸르름과 지리산을 멀리서 바라봄이 마냥 즐거웠다.
바래봉은 1165m 높이로 정상 봉우리는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다. 오래전 두 차례 능선길을 산행할 때보다는 나무들이 많아졌다. 낙엽송, 주목, 전나무를 많이 심어 제법 숲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동양최대의 목장이라고 자랑하는 양목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목장이어서인지 풀이 잘 자라 아무 곳이나 앉아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바래봉에서 내려가면 너무 아쉬운 산행이 될 것 같아 팔랑치까지 능선길을 걷다가 산덕마을로 내려섰다.
팔랑치 근처에는 제법 많은 꽃이 피어있어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오랜만에 지리산에 왔다. 90년대부터 일 년이면 두 차례 씩 지리산을 다녔는데 최근 들어오지 못함을 오늘 산행이 더욱 뜻깊게 만들어주고 있다. 게으름 인가, 체력 때문인가, 산친구가 없어서인가, 올해 들어 산행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외국여행 때문에 아무래도 산행 횟수가 줄어든 원인인 것 같다.
산덕마을로 내려서는 길목에서 산나물에 동동주 한잔 걸치고 나물도 조금사서 챙기고 내려왔다. 산덕 마을을 지나면서 고향마을 골목길을 걷는 착각을 일으켰다. 시골텃밭에 자란 채소며 골목길 모습이 우리 고향동내와 똑같았다. 기다리고 있던 버스를 타고 남원으로 나가 이 고장 유명음식인 추어탕과 미꾸라지 숙회로 산행 뒤풀이를 맛깔나게 하고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