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ABC 트레킹 데우랄리-ABC
2013년 3월 31일
데우랄리 3200m-MBC 3700m-ABC 4130m
아침 8:00 출발 930m 고도를 높이는 일정이다. 걱정이 앞선다. 지난번 쿰부트레킹에서는 남체에서 고생을 했는데 오늘 걷는 코스가 딱 그 높이의 코스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약간의 두통이 있었다. 박은 어제저녁 락시를 큰 잔으로 두 잔이나 먹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났는데 멀쩡했다. 오늘은 아주 천천히 걸을 작정이다. 시간도 여유 있고 4000대를 올라서기 때문에 힘들 수 있다. 날씨는 쾌청하고 아주 좋았다.
내려가는 한국인 트레커 10여 명을 만났고 지금 ABC로가는 한국인은 우리를 포함해 12명이 오르고 있다. 어제 내려오시던 한국 아줌마 하시는 말씀이 여기가 설악산인 줄 착각할 정도로 한국인이 많다고 하셨다. 숨었던 마차 푸차례가 다시 보이기 시작하고 구름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10:30분경에 MBC에 도착했다. 심한 고소증은 나타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점심식사를 시켜놓고 쉬면서 사진도 찍고 풍경도 구경하고 사색에 잠겨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풍경을 넋 놓고 쳐다보기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좌측으로는 HiunChuli 5434m가 솟아있고 우측으로는 FishTail 6993m가 솟아있다. 지금 양쪽절벽의 사잇길을 걷고 있다. 계곡사이로 정면 멀리 7000m의 안나 3봉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가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트레커들을 반겨주고 있다. 우측으로부터 마차푸차6997m, 안나푸르나 3봉 7555m, 강가푸르나 7454m, TareKang 7069m, KhangsarKang 7069m, 안나푸르나 남봉 속에 파묻혀 트레킹의 참맛을 음미하고 있다. 그곳에 있어보지 않으면 그 맛을 알 수 없다. 그곳에서도 안나푸르나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여전히 오후가 되니 날씨가 변덕을 부린다. 우박과 비와 눈이 섞여 바람을 타고 구름까지 MBC의 계곡을 갑자기 암흑의 세계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자연이란 이런 것이라고 가르쳐주기라도 하듯 금방 주변이 환한풍경으로 변했다. 12:00시에 점심을 먹고 12:40분에 출발했다. 여전히 두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견딜만하다. 두 시간여를 쉬고 이제 마지막 ABC를 향해 출발할 시간이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구름이 몰려와 눈을 뿌리다가 금방 맑게 게이고 또다시 구름이 몰려오는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변덕쟁이 날씨 몰려오는 두통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 3시간이나 걸려 ABC에 도착했다. 고소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시간 끌기 작전으로 걷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사진도 찍고 풍경에 취해 넉을 잃고 머물기도 하고 오던 길을 되돌아 쳐다보기도 하고 이런 맛으로 트레킹을 하는 것이 아닐까. 국내에서 산행은 땅만 보고 걷기가 전부였다. 목표지점을 정해놓고 오로지 정복하는 것이 전부였다.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 속에 빠져들어 산과 하나가 되는 것이 진정한 산악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안나푸르나 BC NAMASTE
이번 트레킹의 종착지다. 우선 모든 대원들이 아무 사고 없이 목표지점에 도착하게 됨을 안나 신께 감사를 드려야겠다.
염려했던 초보 고산 트레킹 대원들이 무사히 정상을 밟게 되어 다행이었다
안나푸르나 BC NAMASTE!
이번 트레킹에서 여기가 종착지라는 것이 아쉬웠다. 또 한편으로는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음이 가슴속에서 기쁨과 환호로 솟구쳐 올라왔다. 한숨 돌리고 박영석과 그의 대원들의 추모비가 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 로지에서 북서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조그마한 언덕배기에 돌탑으로 쌓아 올린 추모비를 만날 수 있다. 안나 정상을 바라보며 추모비 앞에서 고국에서 가져간 소주 한잔으로 그들의 한을 달래 수밖에 없었다. 소주 한잔 따르고 고개 숙여 묵념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언덕 위에서 안나의 남벽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다. 손에 잡힐듯한 저 눈 속에 묻혀있을 것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적셔온다. 박대장 그리고 신, 김 대원이 잘 있길 기도하면서 로지로 돌아았다.